놀고 있는 오븐의 비용은 누구 탓인가

2026. 07. 07 · 읽는 데 7

사장님의 원가는 왜 자꾸 거짓말을 할까 — 5편 / 7편

읽는 시간 6분 · 회계 지식 필요 없음

한들베이커리 생산팀이 큰일을 해냈습니다. 오븐 예열 순서를 바꾸고 굽는 판을 새로 짰습니다. 같은 양을 만드는 오븐 시간이 500시간에서 400시간으로, 20% 줄었습니다.

김 대표는 뿌듯한 마음으로 월말 원가표를 열었습니다. 당연히 개당 원가가 내려갔을 줄 알았는데 —

올라가 있었습니다.

지금 쓰는 계산법

오븐의 감가상각과 전기 기본요금 같은 고정비는 월 300만 원입니다. 이걸 "이번 달 오븐을 실제로 돌린 시간"으로 나눠, 시간당 단가를 냅니다.

오븐 시간당 단가개선 전개선 후
오븐 고정비300만 원300만 원
÷ 이번 달 돌린 시간500시간400시간
= 시간당 단가6,000원7,500원
케이크 오븐비 (40분)4,000원5,000원

케이크 한 개는 오븐을 40분 씁니다. 개선 전에는 4,000원이었는데, 개선 후에는 5,000원이 됐습니다.

열심히 개선한 현장이, 숫자로 벌을 받았습니다

같은 고정비 300만 원 — 오븐 시간을 줄였더니 케이크 오븐비가 올랐다 나눠야 할 오븐 고정비 월 300만 원 · 변하지 않는다 개선 전 — 실가동 500시간 ÷ 이번 달 돌린 시간 500시간 = 시간당 6,000원 케이크 오븐비 (40분) 4,000원 개선 후 — 실가동 400시간 ÷ 이번 달 돌린 시간 400시간 ↓ 20% = 시간당 7,500원 케이크 오븐비 (40분) 5,000원 ▲ 나눠 가질 시간(분모)이 줄면 단가가 뛴다 — 개선한 현장이 숫자로 벌을 받는다

고정비 300만 원은 그대로입니다. 시간을 줄여도 한 푼도 줄지 않습니다.
줄어든 것은 나눠 가질 시간, 즉 분모뿐입니다.

분모가 작아지니 시간당 단가가 뛰고, 케이크 오븐비도 올랐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우연한 실수가 아닙니다. 이 계산법에는 세 가지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 1 — 분모의 역설: 개선하면 단가가 오르게 되어 있다

고정비는 그대로인데, 나눠 가질 시간만 줄었다 오븐 고정비 월 300만 원 — 시간을 줄여도 한 푼도 줄지 않는다 가용 600시간을 이렇게 나눠 쓴다 제품이 쓴 시간 · 400시간 여기에만 300만 원을 다 얹는다 노는 시간 · 200시간 비용의 자리가 없다 노는 200시간이 져야 할 몫 100만 원이 남은 제품들에 얹힌다 "이번 달 돌린 시간"을 분모로 쓰면, 개선(분모↓)이 곧 단가 인상이 된다 절약된 시간의 비용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제품들에게 떠넘겨지기 때문이다

"이번 달 돌린 시간"을 분모로 쓰면, 시간을 아낀 만큼 분모가 작아집니다.
그런데 고정비 300만 원은 그대로입니다. 절약된 시간의 비용이 사라진 게 아닙니다.

노는 200시간이 져야 할 몫 100만 원이, 남아 있는 제품들에게 떠넘겨진 것뿐입니다. 그래서 개선(분모↓)이 곧 단가 인상이 됩니다.

이유 2 — 책임의 자리가 틀렸다

노는 시간의 비용은 누구의 성적표에 적어야 하나 노는 오븐 시간의 비용 100만 원 — 어디에? ✗ 제품 원가에 섞는다 케이크 원가 ▲ 식빵 원가 ▲ 현장이 시간을 아낄수록 개선한 현장이 벌을 받는다 ✓ 채울 책임에 붙인다 영업 · 경영 성적표 "판매 가능한 빈 시간" 이 시간을 새 주문으로 채우는 일은 영업과 사장의 몫이다 노는 시간의 비용은 제품이 아니라, 그 시간을 채울 책임이 있는 쪽의 성적표에 적혀야 맞다

오븐이 놀게 된 건 생산팀이 잘한 결과입니다.
그 남는 시간을 새 주문으로 채우는 일은 영업과 사장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노는 시간의 비용은 제품이 아니라, 그 시간을 채울 책임이 있는 쪽의 성적표에 적혀야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계산법은 그 비용을 케이크와 식빵에 얹어버립니다. 아낀 현장이 벌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유 3 — 숨기면 소용돌이가 된다

유휴비용을 제품에 숨기면, 스스로 강해지는 소용돌이가 된다 한 바퀴 돌 때마다 단가가 또 오른다 유휴비용을 제품에 섞는다 제품 원가 ▲ 견적가 ▲ 주문 ↓ 오븐 가동시간 ↓ → 분모가 또 줄어 ①로 원가에 섞은 유휴비용이 견적가를 밀어올리고, 주문이 빠지며 오븐은 더 놀게 된다 — 그리고 단가는 또 오른다

노는 시간의 비용을 제품에 섞으면, 원가가 오릅니다.
원가가 오르면 견적가가 오르고, 견적가가 오르면 주문이 빠집니다.

주문이 빠지면 오븐은 더 놀게 됩니다. 분모가 또 줄고, 단가는 또 오릅니다. 한 바퀴 돌 때마다 심해지는 소용돌이입니다.

그럼 어떻게 나눠야 할까

분모를 "이번 달 돌린 시간"이 아니라, 처음부터 확보해 둔 가용 시간(월 600시간)으로 바꾸면 됩니다.

오븐 시간당 단가개선 전개선 후
오븐 고정비300만 원300만 원
÷ 가용 시간600시간600시간
= 시간당 단가5,000원5,000원
노는 시간의 비용 (따로 표시)100시간 = 50만 원200시간 = 100만 원

시간당 단가는 5,000원으로 그대로입니다. 케이크가 쓰는 40분의 값도 개선 전이나 후나 똑같습니다. 개선했다고 제품이 벌을 받지 않습니다.

대신 노는 시간의 비용을 따로 떼어 보이게 둡니다. 개선 전 50만 원에서 개선 후 100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이 100만 원은 나쁜 숫자가 아닙니다. 영업이 채울 수 있는, 판매 가능한 빈 시간의 가격표입니다.

이것의 이름

유휴능력 비용 (idle capacity cost)

확보해 둔 능력 중에서 아직 쓰이지 않은 부분의 비용.
제품 원가에 섞지 말고 따로 보이게 두어, 그 능력을 채울 책임(영업·경영)에 붙입니다.

오늘의 정리

  1. "이번 달 돌린 시간"으로 나누면, 개선이 곧 단가 인상이 된다 — 분모의 역설.
  2. 노는 시간의 비용은 제품이 아니라, 그 시간을 채울 책임이 있는 쪽에 붙인다.
  3. 유휴비용을 따로 떼어 보여야 한다. 숨기면 원가·견적가·주문의 악순환이 된다.

Taylro는 설비마다 얼마나 돌고 얼마나 노는지, 어디가 병목인지를 흐름맵으로 보여줍니다. 노는 시간의 비용이 제품 뒤에 숨지 않도록요. 용어가 낯설다면 개념 배움터(/learn)부터 편하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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