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의 제1원칙: 돈이 아니라 원인을 따라가라
사장님의 원가는 왜 자꾸 거짓말을 할까 — 2편 / 7편
읽는 시간 6분 · 회계 지식 필요 없음
1편을 읽은 김 대표는 반쯤 수긍하고, 반쯤 억울했습니다. 판단용 숫자가 따로 있어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그는 세무사가 준 장부를 다시 폈습니다. 그리고 이면지에 표를 하나 그렸습니다.
"공장 공통비가 통째로 잡혀 있잖아. 케이크가 회사 매출의 40%니까, 이 돈도 40%를 케이크에 얹으면 되겠네. 이러면 케이크 원가가 나오는 거 아냐?"
김 대표가 손으로 만든 배부표
누구나 하는 방식입니다. 통째로 잡힌 돈을, 그럴듯한 비율로 케이크에 나눠 얹는 거죠.
| 케이크 한 개 원가 (매출 비율로 나눠 보면) | 금액 |
|---|---|
| 재료 (직접 들어간 것) | 8,000원 |
| 공장 공통비 배부액 (매출 비율로) | 16,000원 |
| 케이크 한 개 | 24,000원 |
깔끔합니다. 케이크 한 개에 24,000원. 이제 팔 가격과 비교하면 되겠다 — 싶었죠.
그런데 — 비율을 바꾸면, 답도 바뀝니다
같은 공통비를 "매출 비율" 대신 "생산 개수 비율"로 나누면 케이크는 15,000원이 됩니다. 케이크는 몇 개 안 만드니까요. 사장님 감으로 "케이크가 손이 많이 가니 더 얹자" 하면 35,000원이 되고요.
셋 다 그럴듯한 계산입니다. 그런데 어떤 비율을 고르느냐에 따라 케이크 원가는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합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셋 중 어느 것이 맞는지, 이 방식 안에서는 아무도 답할 수 없습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비율로 쪼개는 방식은 만듦새상 이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셋입니다.
이유 1 — 돈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의 그림자다
케이크 한 개를 만들 때 실제로 생긴 일은 돈이 아니라 수량입니다. 오븐 40분, 파티시에 90분, 재료 8,000원어치.
여기에 가격을 입히면 그제야 금액이 됩니다. 오븐 40분은 4,000원, 파티시에 90분은 18,000원, 재료 8,000원. 다 더해 30,000원.
순서가 중요합니다. 원인은 수량이고, 금액은 그 수량에 가격을 곱한 결과입니다. 결과만 손에 쥐고 거꾸로 원인을 나누려니 답이 안 나오는 겁니다.
이유 2 — 비율 쪼개기는, 답을 정해놓고 근거를 고르는 일이다
배부표의 비율은 어디서 왔을까요? 매출에서? 개수에서? 감에서? 정하는 사람 마음입니다.
무서운 건 이겁니다. 어떤 비율을 골라도 결과는 나오고, 어떤 비율도 "너 틀렸어"라고 반박할 수 없습니다. 케이크에 공통비를 40% 얹은 근거를 대라면, "매출이 그러니까"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20%를 얹어도 "개수가 그러니까"라고 답할 수 있고요.
둘 다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그래서 둘 다 근거가 못 됩니다. 원하는 답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는 비율을 나중에 고르는 일이 되니까요.
이유 3 — 수량의 사슬은 현장에서 검증되고, 비율은 검증되지 않는다
두 방식은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배부표는 회사 전체 금액에서 출발해 아래로 쪼개 내려갑니다. 원칙은 현장의 수량에서 출발해 위로 쌓아 올라갑니다.
이 방향 차이가 결정적입니다. "케이크에 오븐 40분"은 오븐 앞에서 타이머로 다시 잴 수 있습니다. 틀리면 바로 드러나죠. 반대로 "공통비의 40%"는 무엇으로도 다시 잴 수 없습니다. 공장 어디에도 그 40%를 확인할 물건이 없으니까요.
검증되는 숫자와 검증되지 않는 숫자. 판단을 걸 수 있는 건 앞쪽입니다.
그래서, 원가는 원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인과관계 (causality)
원가는 돈의 장부가 아니라, 자원을 얼마나 썼는가(원인)의 기록에서 출발한다.
먼저 수량을 세고, 가격은 맨 마지막에 입힌다 — 이것이 판단용 원가의 제1원칙.
김 대표의 배부표가 틀린 건 아닙니다. 손에 든 게 금액뿐일 때, 그거라도 나눠 보는 건 자연스러운 시도입니다. 다만 그 답은 비율을 고른 사람의 선택일 뿐, 케이크가 실제로 그렇게 원가를 썼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증거가 있는 숫자를 가지려면, 나눗셈이 아니라 기록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오븐이 몇 분 돌았는지, 손이 몇 분 갔는지부터요.
오늘의 정리
- 돈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수량(오븐 시간·작업 시간·투입량)이 원인이고, 금액은 거기에 가격을 곱한 그림자다.
- 비율로 쪼갠 원가는 비율을 바꾸면 통째로 바뀐다 — 답을 정해놓고 근거를 고르는 일이라 반박도 검증도 안 된다.
- 수량의 사슬은 현장에서 다시 잴 수 있다. 그래서 원가는 돈이 아니라 원인에서 출발한다.
Taylro Cost는 비율로 나누는 대신, 수량 기록(오븐 시간·작업 시간·투입량)에서 출발해 제품별 원가를 자동으로 계산합니다. 용어가 낯설다면 개념 배움터(/learn)부터 편하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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